본문 바로가기

음악

드디어 Parcels 새 앨범이 나왔다.

PARCELS - Day/Night 앨범 커버.

정말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Parcels 새 앨범이 나왔다. 사실 릴리즈 된 정확한 날짜는 11월 5일이지만 멜론에는 오늘에야 떴다. 해외에서 발매된 앨범은 멜론에선 수 개월 후에야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최근 들은 앨범으로는 Tom Misch의 Quarantine Sessions가 그렇다), 이 정도면 아주 양반인 경우라 감지덕지다. 정말 안타깝게도 퇴근 전까지 음악을 듣기 어려워 그 사이에 귀도 좀 파놓고 감수성도 영끌했다가 초집중해서 저녁에 정성스레 들어볼 예정이다. 성스러운 음악감상 시간 전에 이들에 대해 먼저 간략히 정리해볼까 한다.

 

이 청년들은 호주에서 자라며 음악을 시작하여,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뒤, Daft Punk 눈에 들어 파리 기반의 키츠네와 계약하며 유명세를 탔다. 참고로 키츠네는 우리나라에선 패션으로 더 유명하지만 사실 Daft Punk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Gildas Loaëc(길다스 로엑)이 공동으로 설립하고 경영 중인 패션 및 음악 레이블이다. 내게 전자음악이라는 커다란 취향을 안겨줬던 인생 최애 아티스트 Daft Punk가 픽한 것을 넘어 직접 제작에 참여한 Overnight (2017) 덕분에 이들을 알게됐고, 전에 올렸던 TDCC가 속한 키츠네와 손 잡았다는 사실에 관심을 쏟게 됐다.

 

https://youtu.be/BTdBc2Ba8ts

Daft Punk 최후의 작품(?)으로 남겨지게 된 Parcels의 Overnight (2017).

싱글 Overnight과 EP Hideout (2017)으로 본격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이 청년들은, 마침내 2018년 첫 정규앨범인 명반 Parcels를 발매한다. 찰진 투기타에 그루비한 베이스/드럼 그리고 다재다능한 건반 플레이로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이들은 그 위에 얹혀지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매우 장점이다. 거의 모든 파트가 보컬에 참여하는데다 전자음악적 요소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서 음악의 완성도가 정말 높다. 호주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서프 락(Surf Rock) Tieduprightnow, 잘게 쪼개진 박자로 리듬을 만들며 고개를 들썩이게하는 댄서블한 Lightenup, 말랑하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묵직한 감정 고조를 전달하는 Withorwithout 등 스펙트럼도 넓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행운을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유일했던 내한공연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팬층이 두텁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거의 모든 노래를 떼창하는걸 보고 Parcels 멤버들도 퍽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 중간에 밴드셋이 아닌 DJ셋으로 바꿔서 색다른 음악을 들려줬던 것은 단연 백미였다. 당시 음원인지 라이브인지 헷갈릴 것 같은 고퀄리티의 연주와 노래를 직접 감상한 것을 넘어 흥이 많은 이 젊은 청년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한 무대매너를 보고 느끼며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제발 다시 내한해주세요 제발.

이렇게 진한 여운을 남긴 이들은 다시 라이브를 보고 싶다는 전세계적인 열망을 느꼈는지 코시국에 맞게 2020년 4월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을 낸다. 라이브의 퀄리티야 이제 반복해서 말할 필요도 없고, 진짜 놀라운 점은 라이브 녹음 세션을 유튜브에 영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주자들을 담아낸 영상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 구도, 의상과 소품 등이 너무 좋아서 공짜로 보기에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여유로운 낮에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해두고 이 라이브 영상을 튼 뒤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그보다 행복할 수 없다. (사실 본 앨범보다 라이브 앨범을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https://youtu.be/e4TFD2PfVPw

이런 고퀄리티 영상을 무료로 보여주다니 미친거 아닌가?

어느 정도 씬에서의 음악적인 인정과 더불어 어느 정도 대중적인 성취까지 이뤄낸 이 청년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질 즈음 올해부터 찔끔찔끔 티저 영상을 공개하더니 6월에 새 싱글 Free를 시작으로 Famous까지 5개월에 걸쳐 네 개의 곡을 선발매한다. 함께 공개되는 영상에도 그들만의 분위기나 시선을 담기 위해서 꽤 노력한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음악적인 변화가 느껴졌다. 물론 이전에도 워낙 훌륭한 하모니를 냈던 그들이지만, 과거에는 밴드로서의 색깔이 많이 묻어났던 것에 비해 새로운 곡들은 아카펠라에 가까울 정도로 목소리와 거기 담아내는 메세지에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 앨범에는 무려 CD1 9곡, CD2 10곡이나 수록되어 있는데 이 대작에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매우매우 기대가 된다.

 

21세기의 비틀즈라 불리며 개성있는 외모와 확고한 70년대 풍 패션, 띄어쓰기 없는 노래 제목, 키츠네의 역량을 보여주는 세련된 타이포그래피와 고퀄리티의 영상 등 음악 외적으로도 공고한 입지를 다져가는 Parcels. 그들의 신보와 함께할 저녁을 기대하며 프리퀄에 해당하는 리뷰를 마친다.

 

한국 팬들이 선물한 티셔츠를 입고 (은근 마음에 들었는지) 인증한 Parc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