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 썸네일형 리스트형 버드맨 (2014) - 적절한 재료, 기깔나는 요리, 더 빛나는 그릇 휴, 벌써 버드맨이 개봉한지 곧 8년이다. 당시 (수상내역만 봐도 당연하지만) 국내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후일을 기약하다가 지난 설연휴에야 보게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 당분간은 이만큼 인상깊으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다시 만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운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 버드맨 이후로는 다른 영화들을 일부러 안보는 중이다. 어차피 이 영화에 대한 수많은 감상과 해석이 지난 8년간 쌓여있을테니 나는 개인적으로 느낀점을 몇 가지만 적어본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연출 이야기겠다. 처음과 끝의 커트를 제외하고는 앵글이 인물에서 인물로 옮겨가며 마치 원테이크인듯 시점을 유지하는 기법은 영화 초입부터 상당한 흥미를 자아냈다. 혹시나 영화 '19..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 새해를 함께 맞이하고 싶은 영화 무려 한달이 넘도록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가지 변수도 있었고 내적 상태에 따라서 작문(作文) 욕구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감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강력하게 부추긴 영화, 를 지난 크리스마스에 만났다. 일단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영화다. 그 와중에 두 남녀 사이에서 10여년에 걸쳐 벌어진 일들을 그려냈으니, 무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의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영화 필름의 영상미는 물론이요, 주인공들이 대학생부터 시작해 청년기를 보내며 입는 의상들이며, 배경이 되는 도시의 모습이나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 등은 당연히 촌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근 몇 년간 이어진 레트로의 열풍 속에서 영화를 보게되니, 오히려 그 어떤 시대보다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 특히 영화 처음.. 프렌치 디스패치 - 프랑스 디스했지? 화면을 넘기며 읽는 어른들의 동화 지난 18일 개봉한 를 어제 보고왔다. 감독의 전작인 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며 특히 한국에서도 수많은 팬을 양산했는데, 나도 당시 무슨 용기였는지 CGV 아트하우스에서 혼자 관람하면서 역시 단번에 매료되었다. 다소 복잡하고 엉뚱하면서도 묘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 정적인 카메라 워크 안에서 완벽하게 짜여진 배경과 소품 그리고 배우들의 배치와 동선이 만드는 연출적인 즐거움, 만화나 그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면의 색감이나 톤온톤의 색배치 등을 모두 직접 주무르는 감독의 스타일은 하나의 독특한 장르로 느껴졌다. 그리고 올해 (수식어가 필요없는) 틸다 스윈튼, 내 인생영화인 의 오웬 윌슨과 애드리언 브로디, 드뇌 빌뇌브 예습을 위해 봤던 의 베니시오 델 토로, 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레아 세이두, 2021년 로.. 듄 (2021) - 눈과 귀가 호강하는 방대한 예고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다.) 화제의 영화 을 봤다. 이미 영화에 대해 정말 수많은 전문적인 리뷰와 다양한 평가가 나와있는 지금, 한 발 늦은 감이 있지만 간략하게 개인적인 감상을 남겨본다.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대단한 눈호강이다. 첫째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들을 정밀하게 시각화하여 펼쳐지는 모습에서다. 감독은 전작 나 에서 신비로운 외계 생명체,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 등을 이질감 없이 유려하게 그려낸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마법 같은 현상이나 다양한 특징의 외계 문명들, 먼 미래 세계에서의 각개전투 등을 시종 웃음기 뺀 차분하고 진지한 톤으로 보여주면서, 과장되지 않은 정교함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한 특유의 불친절하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