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뭔가를 시작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의도한다고 실제로 거창해질 수도 없지만.)
단지 편하게 기록을 남길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삶의 한정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증명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럴싸한 또 하나의 내 모습이 그려지길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를 반추할 정도로는 성실하지 못한데다, 신체적-정신적-상황적 여건에 따라서 사유의 너비와 깊이가 들쭉날쭉하다. 나의 일부를 반영하면서, 내가 살면서 자주 접하게되고, 비교적 가볍게 그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대상. 취향과 관심사가 바로 그런 성질의 것이라는게 내 결론이었다.
그렇다고 또 내가 어느 하나에 아주 깊이있게 파고드는 소위 덕후 타입은 아니다. 그 나이 또래가 좋아할 법한 카테고리 중 일부에 대해서 내 입맛은 무엇인지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일 뿐. 그러다 작년부터 일적으로나 생애주기적으로 가장 한가한 때를 보내면서, 남는 시간을 무얼하며 보낼지 결정하는 순간들이 쌓이다보니 이제는 그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시점이 온 것 같다.
블로그 blog
어원 : web + log
뜻 :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 일기, 취재 기사 따위를 올리는 웹 사이트.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사실 블로그 시작을 한동안 망설였었다.
나는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그래서 시작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강박을 갖고있다. 그러다보니 작년에 시작했던 조금 다른 성격의 구글 블로거(Blogger)는 영화평만 몇 개 쓰다 흐지부지되었고, 이 짧은 프롤로그를 쓰는데도 벌써 두 시간이 지나가는 중이다. 게다가 서른 살이 넘어서 굳이? 유튜브의 시대인 2021년에 블로그를? 그것도 티스토리에? 이런 생각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금이 살면서 웹 상의 내 공간을 차근차근 지어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점점 글로 기록하고 싶은 대상이나 그에 대한 내 생각들도 늘어났고,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부담감만 내려놓으면 소질도 꽤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됐고. 결국 짧은 글들을 모아놓기에 가장 적절해보이는 티스토리로 플랫폼을 정해서 이렇게 첫 글을 쓰고있다.
이미 첫 글부터 꽤 장황해졌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간결하게', '정보는 최소한으로', '내 생각 위주로' 적는 것이다. 가볍게 적어야 꾸준히 쓸 수 있고, 꾸준히 적다보면 오래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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