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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그동안 수강한 파이썬/머신러닝/딥러닝 강의 정리
예전부터, 그러니까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바람이 한창 불던 수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전공 지식은 있지만 머신러닝에 대한 이해 없이 참가했던 몇몇 데이터 관련 대회에서 나의 무지함과 무능력함을 느끼고 패배감에 젖어 지냈다. 그렇게 한동안 이 분야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지내던 지난 겨울, 우연히 이솦(EBS 소프트웨어)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지식채널e 느낌의 가벼운 영상들을 봤지만, 보다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하나, 둘 강의를 찾아 들으며 어느덧 3개월 넘는 시간을 보냈다. 잠시 중간점검 겸 정리를 해본다. 1. 처음 만나는 컴퓨팅의 세계 https://www.ebssw.kr/lrnng/alctcr/alctcrDetailView.do?alc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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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입에 쓴 초콜렛 하나를 먹었다.
https://youtu.be/2aBiZCzQgUc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내가 기다린 결과와 달랐다. 당황스러웠다. 꽤 당황스러워서 처음엔 기분이 나쁜지 아닌지도 분별이 안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과를 다시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대로였다. 탈락. 처음엔 생각보다 홀가분했다. 이 일로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마음 졸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결말이 지어졌으니 이제 더 이상 이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 것도 같았다. 더 중요한 것은 어차피 이 일이 벌어지기 전과 똑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원하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전보다 나빠지진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지낼 운명이었나보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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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신보] Glen Check - Bleach
요즘 정신이 없다. 나라 밖으로는 전쟁, 나라 안에서는 대선, 직장에서는 근무지 변경, 가정에서는 가족계획, 개인적으로는 헬스와 머신러닝 공부 등 고민거리가 넘쳐나서 홀로 감상에 젖어들 여유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짬을 내어서 , 등을 나름 흥미롭게는 봤으나 깊은 감동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짤막한 감상을 남기는 것조차 차일피일 미루고있다.) 이런 와중에 듣고있는 순간이라도 깊게 몰입하게되는 새 앨범이 나타났으니, 글렌체크의 이다. 요즘 앨범이 대부분 그렇듯 작년에 'Dazed & Confused', 'Dive Baby, Dive' 두 곡이 싱글로 먼저 나왔다. 이들은 락(Rock)적인 밑바탕 위에 꽤나 서정적인 보컬 라인을 얹은 모던락 분위기인데 전체적으로 듣기에 무난하지만 이전에 기억하던 글렌체크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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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영하 몇 도까지 야외 러닝이 가능할까?
지난 한주 날도 따뜻하고 봄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엄청나게 춥다. 오늘부로 한파주의보까지 발표됐다. 달리기 1년도 결산해보고 적정한 심박수를 맞추겠다고 통계도 돌려본 후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일주일에 최소 두번은 뛰자!' 였는데,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퇴근하고 달리러 나가기가 무섭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영하 4-5℃까지는 충분히 달릴만한 정도였지만 이보다 더 추워지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연 영하 몇 도까지 야외에서 러닝이 가능할까?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이런걸로 전향적 연구를 한 사람은 당연히 없을테고, 어디 스포츠의학 교과서라도 찾아보면 좋을텐데 구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구글링만 해봤다. 검색어는 'possible lowest temper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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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맨 (2014) - 적절한 재료, 기깔나는 요리, 더 빛나는 그릇
휴, 벌써 버드맨이 개봉한지 곧 8년이다. 당시 (수상내역만 봐도 당연하지만) 국내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후일을 기약하다가 지난 설연휴에야 보게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 당분간은 이만큼 인상깊으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다시 만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운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 버드맨 이후로는 다른 영화들을 일부러 안보는 중이다. 어차피 이 영화에 대한 수많은 감상과 해석이 지난 8년간 쌓여있을테니 나는 개인적으로 느낀점을 몇 가지만 적어본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연출 이야기겠다. 처음과 끝의 커트를 제외하고는 앵글이 인물에서 인물로 옮겨가며 마치 원테이크인듯 시점을 유지하는 기법은 영화 초입부터 상당한 흥미를 자아냈다. 혹시나 영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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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여곡절 끝 다섯번째 롤. (코닥 컬러플러스200 / 중앙칼라)
당차게 야시카 GSN을 구입하고 (몇 장 제외하고는 초점과 노출이 엉망인) 첫 롤 스캔을 확인해보는 기쁨까지 만끽한 뒤 많은 일이 있었다. 정상적인 사진이 현상된 다섯번째 롤을 얻기까지, 그간의 우여곡절을 기록해본다. 일단 무엇을 찍을 것인가 같은 철학적인 고민은 차치하고 먼저 기술적으로 카메라 조작에 익숙해져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처음에 코닥 골드200 셋을 한번에 구입했기에 남은 필름 두개를 가지고 열심히 찍으러 다녔다. 크기나 무게나 직육면체 모양 때문에 별명이 벽돌인 녀석을 목에 짊어메고 제주도를 쏘다니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때는 마침 늦가을이었고 바다와 오름, 수풀과 사람들은 내 미학적 욕구를 마구 자극했다. 이러다가 어디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라고 명함을 내밀게되는거 아닌가 김칫국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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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아침 기차에서.
아침 기차에 몸을 싣는다. 월요일 아침이면 늘 타는 이 기차. 익숙한 발걸음으로 내 자릴 찾아갔는데, 건너편에 강한 억양의 아주머니 세 분이 앉아계신다. 워낙 친해서인지 아니면 다투시는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높은 언성으로 끝없이 대화를 나누시는데 귀에 팍팍 꽂힌다. 작게 한숨도 쉬고 헛기침도 해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뒷자리에는 커플이 앉더니 좌석에 달린 간이책상을 줄곧 덜컹거리며 여닫는다. 휴, 오늘 잠은 다 잤다. 다음부턴 꼭 끝 열차의 구석 자리에 앉아야지.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안경을 벗고 에어팟을 귀에 꽂는다. 얼마전 나온 위켄드 새 앨범을 들어본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컨셉인가보다. 수년 전 같은 감동은 없지만 늘 그렇듯 실망시키진 않는다. 옆에서도 들릴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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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내 마음대로 정하는 2021년 최고의 무엇.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일명 '2021 아무개 어워즈'를 해보고자 한다. 내 마음대로 올해 경험한 것들 중에서 정하다보니 꼭 2021년에 새로 등장한 것들만 포함된게 아니라는건 함정. 올해의 TV 프로그램 여지없이 올해 최고의 TV 프로그램은 슈퍼밴드2였다. 사실 전편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보지 않았었고 슈퍼밴드2 역시 친구의 추천으로 뒤늦게 시작했는데, 이는 과거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밴드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시청했지만 당시 슈스케나 쇼미더머니 같은 굵직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서 대중화에 실패했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밴드들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테크닉인지 편곡인지 퍼포먼스인지가 엇갈렸던 것 같다. 이번 슈퍼밴드2에 나온 김슬옹의 톡식이 탑밴드에서 우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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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 새해를 함께 맞이하고 싶은 영화
무려 한달이 넘도록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가지 변수도 있었고 내적 상태에 따라서 작문(作文) 욕구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감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강력하게 부추긴 영화, 를 지난 크리스마스에 만났다. 일단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영화다. 그 와중에 두 남녀 사이에서 10여년에 걸쳐 벌어진 일들을 그려냈으니, 무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의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영화 필름의 영상미는 물론이요, 주인공들이 대학생부터 시작해 청년기를 보내며 입는 의상들이며, 배경이 되는 도시의 모습이나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 등은 당연히 촌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근 몇 년간 이어진 레트로의 열풍 속에서 영화를 보게되니, 오히려 그 어떤 시대보다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 특히 영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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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 프랑스 디스했지? 화면을 넘기며 읽는 어른들의 동화
지난 18일 개봉한 를 어제 보고왔다. 감독의 전작인 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며 특히 한국에서도 수많은 팬을 양산했는데, 나도 당시 무슨 용기였는지 CGV 아트하우스에서 혼자 관람하면서 역시 단번에 매료되었다. 다소 복잡하고 엉뚱하면서도 묘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 정적인 카메라 워크 안에서 완벽하게 짜여진 배경과 소품 그리고 배우들의 배치와 동선이 만드는 연출적인 즐거움, 만화나 그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면의 색감이나 톤온톤의 색배치 등을 모두 직접 주무르는 감독의 스타일은 하나의 독특한 장르로 느껴졌다. 그리고 올해 (수식어가 필요없는) 틸다 스윈튼, 내 인생영화인 의 오웬 윌슨과 애드리언 브로디, 드뇌 빌뇌브 예습을 위해 봤던 의 베니시오 델 토로, 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레아 세이두, 2021년 로..